신선을 닮은 반가상 열암곡 마애불상 경주 남산에서 만나다

독특한 자세의 불상, 산 속에서 사색에 잠기다

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주 남산은 그 자체로 거대한 박물관입니다. 바위 틈마다 새겨진 불상과 탑, 고승의 전설이 녹아든 유적이 산 전체를 채우고 있어 단순한 등산길도 곧 성찰의 여정이 됩니다.

특히 5월, 남산에서 주목할 만한 주제는 ‘자세가 독특한 불상들’. 서 있는 ‘입상’, 가부좌를 틀고 앉은 ‘좌상’ 외에 한쪽 다리를 살짝 내린 채 사색하는 ‘반가상’이 남산의 자연과 묘하게 어우러지며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.

칠불암 너머, 구름 위에 앉은 듯한 신선암 반가상

남산의 동편, 칠불암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따라 약 50분 오르면 바위 네 면에 각각 다른 불상이 새겨진 칠불암 마애불상군을 지나게 됩니다.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여기서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긴 곳에 있습니다.

바위 절벽 위에 홀로 떠 있는 듯한 불상, ‘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’.한쪽 다리를 내리고 앉은 이 반가상은 마치 구름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형상으로, 살짝 감긴 눈매와 고요한 표정에서 깊은 명상이 느껴집니다.

불상의 시선을 따라가면 발아래로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지며, 이름 그대로 신선이 머물다 간 자리라는 것을 실감하게 합니다. 산길을 오르는 동안은 숨이 차지만, 그 앞에 서는 순간 마음이 먼저 멈추고 고요해집니다.

 

※ 위치｜경주시 남산동 산36-4
※ 탐방 정보｜남산동 공용주차장 이용 후 칠불암 코스를 따라 약 50분 소요
※ 관람 시간｜09:00~18:00 / 무료

5cm의 기적, 열암곡에서 만난 불상 두 기

남산의 또 다른 탐방 코스인 새갓골 코스를 따라 30분 정도 오르면, 조금은 숨겨진 듯 자리한 열암곡을 만나게 됩니다. 여기에는 ‘기적의 불상’이라 불리는 두 기의 불상이 존재합니다. 먼저 맞이하는 불상은 석불좌상으로, 발견 당시 머리가 사라져 있던 이 불상은 2005년 인근에서 불두가 발견되며 극적으로 복원되었습니다.

이 석불을 계기로 주변을 더 살펴본 결과, 바위 아래 숨어 있던 또 하나의 불상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. 길이 약 5m, 무게만 80톤이 넘는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열암곡 마애불상은 바위가 엎어진 채 바닥을 향하고 있어 불상이 누워 있는 모습처럼 보입니다.

불상의 코가 땅에 닿을 듯 말 듯, 단 5cm 간격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‘5cm 기적의 불상’이라는 별칭도 얻게 되었습니다. 지금은 보호각이 설치되어 있지만, 불상을 바로 세우는 장기 프로젝트가 검토 중입니다.

 

※ 위치｜경주시 내남면 노곡리 산123
※ 탐방 정보｜경주 남산 새갓골 주차장(무료) 이용 후 도보 약 25분
※ 관람 시간｜09:00~18:00 / 무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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